와이프와 천리길 멀어진 후 인후염을 시작으로 드디어 감기와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와이프와 떨어지면 몸이 아픕니다. 바람피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인지, 꼬박 집에만 틀어박혀 책 읽다 자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약기운에 몽롱하기까지 합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현실인지 꿈인지 정신이 없습니다. 기업관련 책을 읽다가 우리 회사와 견주어 고민하다 잠들었습니다. 기분 좋은 상상이기에 오침 역시 달콤했습니다.


그러나 약도 떨어지고, 종일 누워만 있을 수 없었기에, 약을 산다는 빌미로 나갔습니다. 일요일인지라 문연 약국은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차는 처가에 두고 온지라 어쩔 수 없이 터덜터덜 걸어나갑니다. 몸이 불편하지만 그냥 나갈 수는 없기에 역시나 동반자 카메라군을 둘러매고 갑니다. 뭐 늘 찍는 샷이 거기서 거기인지라 딱히 감흥이 생길리 만무합니다만, 결과물 보다 뭔가 집중하고 토해내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 쉼없이 찍나봅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사물을 다각도로 보게 된다고 아주 먼 옛날에 글을 쓴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글을 쓸 당시엔 단지 시선의 이동만으로도 생각지 못한 사진들이 나와 기뻐하며,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몇 년이 지나 지금은 시선의 이동에서 조금더 나아간 듯합니다. 시선의 이동에 포커스의 이동등 좀 더 자유로워 졌습니다. 어찌보면 밝고 쨍한 사진의 틀 속에서 이제서야 조금 벗어났다고 할까요?

제가 생각해도 저의 걸음은 만만디 그 이상인 것 같습니다. 언제쯤 걸어가야 다른 분들처럼 멋진 사진을 찍을지 늘 아쉬움이 언저리에 맴돌고 있습니다.


둘러보며 걷다 보니 기온으로, 그리고 온 몸을 덮친 감기로 가을을 느끼고 있던 제게 이젠 바랜 색으로 가을을 슬며시 느끼게 해줍니다. 떨어진 낙엽 그 속에 일렁이는 가을의 물결이 새삼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만끽하게 합니다.

또또군 태어나고 맞이하는 첫 가을, 온통 세상이 물들 때, 그 녀석과의 첫 가을을 소중히 담아야지 하던 여름의 기억이 다시금 돋아납니다. 이 달 말쯤이면 그 녀석과 흐드러진 가을을 뷰파인더에 담을 수 있겠지요?


걸어 가다 보이 어느새 약국에 다다랐습니다. 참새가 방아간을 지나칠 수 없는 것처럼, 밖을 나온김에 따뜻한 카페모카 한잔을 손에 들고 나왔습니다. 두툼한 약봉투와 모카 한잔 왠지 안 어울리는 조합입니다만, 지금 제겐 없어선 안될 친구들이군요.



한잔 왼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엔 카메라... 뭐 이쯤이면 셀프샷 하나 정도는 예의죠? 주섬주섬 다시 챙겨 나왔습니다. 다시금 집으로 걸어가야합니다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몇 코스 안되지만 힘이 없네요. 가는 길에 김밥도 한줄, 바나나도 몇 알, 요거트도 몇 병, 아플 땐 잘 먹어야한다는 와이프님 말씀대로 몇가지 챙겨서 들어갑니다.


그러나 이내 들어가기엔 뭐가 아쉬움이 남네요. 집 앞 단지까지 왔습니다만, 집으로 들어가기엔 뭔가가 발목을 잡아 챕니다.



역시나 혼자만의 느낌을 담은 샷을 몇 방 더 날립니다. 이거 늘 풀떼기 샷뿐이네요.. 어여 가족과 상봉해야 인물을 찍을 텐데. 식상한 풀떼기라도 자위하며, 몇 방...

다같은 풀떼기입니다만, 그거 아시나요? 제겐 같은 샷이라도 느낌이 의미가 다릅니다. 뭐 강아지 풀떼기 뜯어먹는 소리냐 반문 하실지도 모릅니다만, 결과물 속에 찍을 당시의 느낌이 과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신기하지요, 단지 스틸컷인데 그 느낌이 향취가 그대로 묻어납니다. 다른 분들과 나누기 위한 사진생활이기도 합니다만, 결국 한계는 있습니다. 자족하는 과정 속에서 다른 분들께도 그 느낌이 묻어가길 바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오직 저를 위해 사진을 찍습니다. 물론 가족 사진은 가족들을 위해 찍지만요.


이젠 슬슬 접고 들어가야 합니다. 찬바람 너무 쐬면 인후염이 더 심해 질 것 같아서요.. 마지막 발길에 동여 매진 끈이 살짝 붙잡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어떤 느낌인지 모릅니다만, 동물적 감각(?)으로 막샷을 날립니다.



단지 제게 와닿은 느낌의 사진입니다. 참 쓰임새 없는 사진들이죠? :) 이렇게 근 40여분간의 둘러봄이 끝났습니다. 들어와 달달한 김밥을 헤쳐 인사한 후, 약들을 한웅큼 털어넣고 이글을 씁니다. 점점 약기운이 몽롱함을 더합니다. 괜시리 주절주절 댄것같은 부끄러움이 앞서네요. 술먹고 포스팅 하는 건 봤습니다만, 약먹고 포스팅은 왠지 좀...

여튼 잠깐의 외출에 잠깐의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편안하게 읽으셨는지요? 와이프와 떨어진 처량한 남자의 독백 결코 맑지가 않습니다. 이거 닉넴을 바꿔야 할까요?

쓰린독백 자네 재미지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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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1 21:48 [Edit/Del] [Reply]
    언니 없다구 금방 감기 걸리셨군요~ㅜㅜ
    전 언능 약먹어서 좋아졌는데 ~~
    가족이라함은 참으로 말로 표현못할 정도로 큰 존재이죠,
    전 그래서 1 이라 숫자보단 2 란 숫자를 더 좋아해요.
    어여 언니와 똘똘군이 집으로 돌아와야할텐ㄷ ㅔ~^^
    • 2009/10/12 10:30 [Edit/Del]
      ㅋㅋㅋ 1에서 2란 숫자로 옮길 때는 그닥 큰 충격이 와닿지 않아요
      2에서 3으로 업그레이드할때..결혼의 충격이 이제서야 피부로 전이된다는 흐흐
      와이프 없을 때마다 감기에 걸리니 허허..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 흠흠

      얼른 나아야지요 ㅋㅋ
  2. 2009/10/11 22:36 [Edit/Del] [Reply]
    와이프없다고 너무 자유롭지 말라는 하늘의 뜻일까요? ㅎㅎ
    그래도 맑고 깨끗한 사진들 너무 좋습니다~ :)
    어서 쾌차 하셔요~
  3. 2009/10/11 23:03 [Edit/Del] [Reply]
    저런.. 감기 빨리 나으시길 바래요.
    저도 막 아프다가도 카메라 들고 있으면 오히려 나을때가 있어요.
    사진들.. 참 좋은 걸요. 셀프샷... 멋져요. ^^
    • 2009/10/12 10:31 [Edit/Del]
      저도 그럴까 싶어서 카메라 둘러매고 나갔는데..
      나가서 댕길 때는 다 나은 것 같다가도..
      집에와 밤에 잘 땐. 정신을 못차리겠더군요 ㅋㅋ

      이 놈의 감기 왜이리 독한다..

      달팽맘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4. 2009/10/11 23:27 [Edit/Del] [Reply]
    에고 독백님 혼자 집에서 외로우시겠다는~~
    약먹고 얼른 낳으세요~~
    그나저나 오늘 독백님의 사진을 보니 제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ㅠㅠ
  5. 쓰린독백
    2009/10/12 00:43 [Edit/Del] [Reply]
    맑은독백님의 글들이...가슴을 후벼파는군여...
    참..맘이 아픈데..." ~ 바람피지말라는 하늘의 계시..." 요부분에서 살짝
    울컥...했습니당..그럼..안아프면..ㅡㅡ 바람핀다는..뜻..?이람서..ㅋ
    그렇게..마음을 쓰시니...아프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먹고 헛소리 한거라 여기고...넘어가죠... 난 대인배니깐....ㅋ

    근데..
    혹시 아까..영상통화할때...못보셨나보구려..
    내 눈물자국...ㅋ
    안타깝구려...
  6. 2009/10/12 09:19 [Edit/Del] [Reply]
    에고,,혼자있을때 아프면 정말 서러운데 말이죠
    인후염이면 열도 나시겠어요
    얼른 털고 일어나시고, 같은 풀떼기 사진사로써 동감합니다
    • 2009/10/12 10:35 [Edit/Del]
      신기하게 열은 안나네요 ㅠ.ㅠ
      목, 기침에 두통 정도로 온몸이 띵합니다 ㅋㅋㅋ
      얼른 떨치고 일어나야지요 감사합니다 흐흐
  7. 2009/10/12 09:34 [Edit/Del] [Reply]
    ㅎㅎ 또뚜군 없으니 풀어진거란..

    얼릉 긴장 타시고 ~~^^
  8. 욜라
    2009/10/12 10:12 [Edit/Del] [Reply]
    Tom & Toms coffee 사진 참 재밌는데.
    느낌도 좋구.

    한때 Dark한 시절 덕인지 혁군 정물사진은 보는 맛이 쏠쏠해~
  9. 2009/10/12 10:36 [Edit/Del] [Reply]
    그러게요... 혼자있을때 아푸면 더 서러운법인데...
    빨리나으시길...^^
    아푼몸을 이끌고 찍은샷이라 그런지.. 뭔가 몽롱한듯 아련함이 전해져오는듯 합니다.
    • 2009/10/12 10:37 [Edit/Del]
      ㅋ 감사합니다...
      얼른 떨치고 일어나야겠어요..

      아마 약먹고 몽롱한 상태에서 찍어서 그런걸까요? ㅎㅎ
      시간이 되면 카메라 메고 여행도 좀 다니고 싶은데..
      말처럼 쉽게 되질 않네요 ^^

      시작하는 월욜.. 재미지게 보내세요 :)
  10. 2009/10/12 11:22 [Edit/Del] [Reply]
    사진 참 감칠맛 나네요~~ . 나뭇잎 떨어지는 것도 이쁘고.. >_<
  11. 2009/10/12 16:34 [Edit/Del] [Reply]
    마지막줄에서.ㅋㅋㅋㅋㅋ
    쓰린독백님도..그다지....재밌지만은 않을것 같은데요-ㅋㅋㅋㅋㅋ

    가끔씩 떨어져 있음. 더더더 애타는..그런거??푸하하하하
  12. 2009/10/12 23:52 [Edit/Del] [Reply]
    이구 빨리 쾌차하세요.
    또또군과 또또 엄마 걱정하겠습니다. ^^
    • 2009/10/13 11:16 [Edit/Del]
      음.. 또또엄마는 좀 걱정하던데..
      또또군은 해맑게 놀더군요 ㅎㅎ
      몇일 안봤으니.. 이녀석 절 보고 울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
  13. 2009/10/13 00:46 [Edit/Del] [Reply]
    가족이 있을때 아프면 혹시나 옮길까 걱정되서 없을때만 아프시는 거라고,
    맘 씀씀이가 정말 아름다운 분이라고 그리 생각하겠습니다. ^^

    ps. 맛난거 안사주셔도 됩니다. ( ㅡ_-)v
  14. 2009/10/13 18:21 [Edit/Del] [Reply]
    아내분이 안계실때 감기걸리셔서, 더 감성적이 되신듯 합니다~
    저도 9월 말에 제 아내가 처가 갔을 때 감기가 딱 걸리더라구요~
    • 2009/10/14 11:07 [Edit/Del]
      ㅋㅋㅋ 하늘누리님두?...
      와이프, 가족의 빈자리가 감기로 채워진게 아닌지..
      쓸쓸한 가을 와방 느끼고 있답니다.. ㅎㅎ
  15. 2009/10/14 17:56 [Edit/Del] [Reply]
    그런때가 있지요 ^^;
    가끔 그냥 그냥...셔터를 누르고 싶어서 카메라를 둘러메고 터덜터덜 길을 나설때가 있곤합니다
    완전 공감해요~~
    지금은 감기 좀 괜찮아 지셨나요?
    • 2009/10/16 10:05 [Edit/Del]
      오늘 드디어 또또군을 보러 대구에 갑니다만.
      중요한건 감기가 다 낫질 않았다는 겁니다..
      왠지 가서도 격리될 듯해요 ㅋㅋㅋㅋ
      아 슬퍼요 슬퍼
  16. 2009/10/14 19:04 [Edit/Del] [Reply]
    이거 왠지 씁쓸~한 독백이네요.ㅋㅋ
  17. 2009/10/29 14:55 [Edit/Del] [Reply]
    저는 제목만 들어도 부럽습니다.
    이제 저는 남편이 감기에 걸려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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